우리의 눈앞에 벌어지는 재난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집단 우울증에 빠져있다. 

지금 우리조국은 집단 트라우마에 빠져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것이라는 무념으로 달래기에는 

너무도 큰일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지난 과거 우리에게 이 보다 더 큰 사건과 사고는 많았다. 


하지만.. 모두다 잊어버렸다. 

그리고 또 다시 되풀이 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후회하고 원망하고 죄책감과 책망으로 

냄비 끊듯이 끌어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그 마음이 식을까봐.. 또 그렇게 잊혀질까봐.. 또 그렇게 잊어질 즈음에 또.. 또.. 또 

일어날까봐... 불보듯 뻔한 일들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 




[김세형 칼럼] 세월號를 기억하자


국민은 무엇을 집단기억으로 승화시키는가. 찬란한 영광의 순간, 혹은 절대로 반복해선 안되는 치욕의 사건들이다. 


미국은 일본의 진주만 폭격이 있은 후 "진주만을 기억하라, 우리가 알라모를 기억했던 것처럼…"이란 군가를 부르며 2차 대전 참전을 결정했다. 우리는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로 시작되는 6ㆍ25의 노래를 잊지 않는다.





역사에서, 경험에서 배우지 못한 국민은 앞날이 없다. 한국은 이제 세월호(號)의 참변을 DNA에 새겨야 한다. 영국인들이 `버큰헤드호를 기억하라(remember Birkenhead)`고 162년 전의 교훈을 말하듯, 






우리도 "세월호를 기억하라"고 말해야 하겠다. 


영국 해군의 자랑이었던 버큰헤드호는 1852년 병사와 가족 630명을 태우고 항해 도중 새벽 2시에 암초와 충돌했다. 


구명정 3척은 180명밖에 구조할 수 없었고 부녀자가 130명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지휘자 시드니 세틴 대령은 병사들을 갑판 위에 집합시키고 한편에선 부녀자들이 안전하게 승선토록 도왔다. 구명정이 내려진 지 얼마 후 세틴을 포함한 군인 전원은 심해로 침몰해 들어갔다. 침몰 시 `여자와 어린이 먼저`의 전통은 이때부터 세워졌다고 새뮤얼 스마일스는 자조론에 썼다. 그로부터 60년 후 타이태닉호 침몰사건(1912년 4월)에서 E J 스미스 선장은 버큰헤드호의 정신을 제대로 이어받았다. 구명보트의 한계로 승객 2224명 가운데 생존자는 710명이었는데 여성 75%, 어린이 50%의 생존율을 보였다. 남성의 생존율은 17%에 불과했다. 승객들이 무질서하려 할 때 "영국인다워라(Be British)"고 한 스미스 선장의 말은 그의 묘지 청동상에 기록돼 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하인리히법칙을 운위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가볍게 다친 사람이 29명이고 부상을 당할 뻔한 아찔한 순간을 당한 사람이 300명이나 된다는 1대29대300의 법칙이다. 요컨대 사고가 나려면 그전에 그런 조짐이 무수히 보인다는 얘기다. 세월호야말로 오늘의 참사를 예견한 전조가 한 다발도 넘는다.


20년 된 고물선을 왜 증축하게 해서 배가 균형을 잃도록 당국이 눈감았으며, 권장해역을 두고 물살이 급한 맹골수도를 1~2등 항해사가 운항하지 않았고, 막상 사고가 나고 장관→청와대 보고까지 39분이나 걸려 황금의 시간을 놓치게 했느냔 말이다. 돈벌레 같은 청해진해운 같은 회사에 왜 영업권을 줬는지 알 수 없다. 그 모든 어른들의 해이와 비겁함이 250명 이상 미성년 고등학생을 죽게 했다. 책임감 있는 선장, 일본의 해상보안청 같은 지휘체계만 있었더라도 한 명도 안 죽었을 수도 있다. 배가 뒤집힌 채 하늘이 준 마지막 시간, 140분간 한국의 집단지성, 창조정신은 죽었다.


큰 사고 하나 터지니 한국의 속살이 훤히 드러나 CNN 등은 한국을 마음껏 비웃었다. 한국의 후진적 관행, 선장은 악마 그런 말을 썼는데 사실은 한국은 3류로 디스카운트하란 말이나 진배없다. 스미스 선장의 말을 풍자해 `Be Korean!`이란 신조어가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이다. 한국엔 그동안 대형사고가 꽤 많았다. 삼풍백화점 붕괴(501명 사망ㆍ1995년), 대구지하철 참사(192명 사망ㆍ2003년), 위도 훼리호 참사(292명 사망ㆍ1993년), 성수대교 붕괴 등등.


화성 씨랜드 참사에서 아이를 잃은 충격에 국가훈장을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김순덕 씨의 아픔을 기억하는가. 우리는 정신을 못 차렸다. 세월은 시간과 시간의 흐름을 합친 묘한 말이다. 세월이 흐르면 세월호 사건은 일단락될 것이다. 그 후 정신 차려 국가 소프트웨어를 개조하지 않으면 또 재앙은 시간을 두고 찾아올 것이다. 애달픈 고등학생 수백 명의 영혼을 헛되지 않게 하자. 세월호를 기억하자. 세월호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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