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리히 본회퍼의 기도와 고백


본회퍼는 독일 루터교회의 목사이자 신학자이며 반나치운동가였다. 히틀러를 암살하기 위한 첩보국에 관여를 하다가 발각되어 핍박을 받고 처형당한 목사로 알려져있다. 

그가 베를릴 신학교 학부를 졸업할 때 쓴 졸업 논문 ‘성도의 교제’ (communio sanctorum) 를 칼 바르트가 극찬했을 정도로 그는 순교자이기 이전에 탁월한 신학자였다. 

오늘날까지도 전문적인 신학과 철학 교육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평신도들 뿐 아니라 목사들까지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덴마크의 기독교 사상가 키에르케고르의 사상이 죄에 대한 회개 없이 용서받을 수 있다는 값싼 은혜를 독일 교회에 가져왔음을 그의 저서 ‘그리스도를 본받아’ 에서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미국의 유명한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가 유니온 신학교에 그를 위한 교수자리를 마련해 놓고 미국으로의 망명을 권유했지만, 그는 독일 국민들과 고난을 함께 하지 않는다면, 전쟁이 끝났을 때 독일교회를 재건하는 일에 동참할 수 없다면서 이를 거부한 일화는 그의 됨됨이를 잘 보여준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시작이다’ 라는 유언을 남기고 히틀러가 직접내린 사형명령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본회퍼의 기도문은 가슴을 찡하게 한다. 

예수를 따르기 위해 마땅히 고난의 길을 걸었고, 연약한 육신의 몸을 입었지만 예수만을 의지하며 박해의 시기에 모범이 되었다.

 그가 처형당한지 한달도 되지 않아 2차 세계대전은 막을 내렸음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는 독일교회가 히틀러를 그리스도로 숭배하고 있을 때 

홀로 목소리를 낸 순교자라는 점에서 일제시대 때 기독교가 신사참배를 강요당하자 많은 목사들이 타협, 신사참배를 하고있을 때, 홀로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온갖 고문을 다 받고 순교하신 주기철 목사님을 닮았다. 그는 진정으로 이 땅의 것이 아닌 하늘의 것을 소망한 그리스도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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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리히 본회퍼 기도

모든 존재의 근원이신 당신 앞에 죄인 된 몸으로 우리가 섰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등졌습니다. 큰 거짓이 머리 드는 것을 보면서 

진실을 영예롭게 하지 않았습니다.


형제들의 절박한 처지를 보면서 자신의 안전만을 두려워했습니다.
모든 자비의 근원이신 당신 앞에 죄를 고백하며 우리가 섰습니다.

무서운 시절의 소란이 끝나면, 우리에게 확신의 시절을 주소서.
이 오랜 어둠 속 방황이 끝나면, 

우리로 하여금 밝은 햇빛 아래로 걷게 하소서.


거짓의 굽은 길이 끝나면, 우리에게 당신 말씀의 길을 열어주소서.
그리고 당신께서 우리의 범죄를 씻어주실 때까지, 

우리로 하여금, 주여, 견디게 하소서.

오, 하느님, 이른 새벽 제가 당신을 바라고 웁니다.
저를 도와주시어 기도하게 하시고 오직 당신만을 생각하게 하소서.
혼자서는 기도를 할 수가 없습니다.


제 안에는 어둠이 있지만 당신과 함께, 거기엔 빛이 있습니다.
저는 혼자지만 당신은 저를 떠나지 않으십니다.
제 가슴은 연약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강하십니다.
저는 쉬지를 못하지만 당신 안에는 평안이 있습니다.


제 안에는 고통이 있지만 당신 안에는 인내가 있습니다.
당신의 길을 저는 알 수 없지만 

제가 가야 할 길을 당신은 아십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은 저처럼 가난하셨고 비천하셨고,
저처럼 체포당하여 친구들로부터 격리되셨습니다.


당신은 인간의 모든 비통함을 아십니다.
제 안에, 저의 고독 안에 당신이 계십니다.


당신은 저를 잊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저를 찾아내십니다.
제가 당신을 알고 사랑하기를 당신은 간절히 바라십니다.
주님, 당신의 부르는 소리를 듣고, 제가 당신을 따라갑니다.

거룩하신 성령님, 절망에서 지켜줄 믿음을 저에게 주소서.
당신과 다른 모든 이들을 향한 사랑을 제 속에 담아주시어
그 어떤 증오에도 고통에도 오염되지 않게 하소서.
두려움에서 건져줄 믿음을 저에게 주소서.

오, 주 하느님, 크나큰 곤경이 저를 덮쳤습니다.
걱정 근심이 저를 삼켰고,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 하느님, 저를 위로하시고 도와주소서.
당신이 주시는 것들을 견뎌내도록 저에게 힘을 주소서.
두려움이 저를 다스리지 못하게 하소서.


사랑 많으신 아버지로서, 

저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주소서.

오, 자비로우신 하느님, 당신께 그리고 이웃들에게 

저지른 저의 모든 죄를 용서하소서.


당신의 은총을 믿어 의지하고 제 생명을 온전히

 당신 손에 맡깁니다.


당신께서 가장 좋으신 대로 저에게 하소서. 

그것이 저에게도 가장 좋겠기 때문입니다


살든지 죽든지, 저는 당신과 함께 있고 당신은 저와 함께 계십니다.
주님, 저는 당신의 구원과 당신의 왕국을 기다립니다.

- 디트리히 본회퍼 -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가끔 나더러 말하기를 
감방에서 나오는 나의 모습이 
어찌나 온화하고 명랑하며 확고한지 
마치 자기 성곽에서 나오는 영주 같다는데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또 나에게 말하기를 
감시원과 말하는 나의 모습이 
어찌나 자유롭고 칠절하고 분명한지 
마치 내가 그들의 상전과 같다는데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또 나에게 말하기를 
불우한 날들을 참고 지내는 나의 모습이 
어찌나 평온하게 웃으며 당당한지 
마치 승리만을 아는 투사와 같다는데 

남의 말의 내가 참 나인가? 
아니면 나 스스로 아는 내가 참 나인가? 
새장에 가친 새처럼 불안하고 그리워하며 약한 나, 
목에 졸린 사람처럼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나. 

빛과 꽃과 새소리에 주리고 
친절한 말 따뜻한 말동무에 목말라 하고 
석방의 날을 안타깝게 기다리다 지친 나, 
친구의 신변을 염려하다 지쳤다. 

이제는 기도에도 생각과 일에도 지쳐 공허하게 된 나, 
지쳐 이 모든 것에 안녕이라고 말할 준비가 된 나, 
이 둘 중에 어느 것이 나인가? 
오늘은 이 사람이고 내일은 저 사람인가? 
아니면 이 둘이 동시에 나인가? 

남 앞에선 위선자, 
자신 앞에선 비열하게 슬픔에 찬 약한 나인가? 
아니면, 이미 성취된 승리 앞에서 혼란하여 
퇴각하는 패잔병과 같은 것이 내안에 이직도 있단 말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의 이 적막한 질문이 나를 희롱한다. 
하지만 내가 누구이든, 오 하나님!, 당신은 아십니다. 
나는 당신의 것임을!

값싼 은혜 – 디트리히 본회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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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은혜는 우리 교회의 치명적인 적이다.
오늘 우리의 싸움은 값비싼 은혜를 얻기 위한 싸움이다.
값싼 은혜는 싸구려 은혜, 헐값의 용서,헐값의 위로,헐값의 성만찬이다.
그것은 교회의 무진장한 저장고에서 몰지각한 손으로 생각없이 무한정 쏟아내는 은혜이다.

(중략)교훈과 원리의 체계도 값싼 은혜이다.
(중략)죄를 뉘우치지 않고 죄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도 않으면서,
세상은 자신의 죄를 감싸줄 값싼 커버를 값싼 은혜에서 얻는다.

값싼 은혜는 하나님의 생생한 말씀을 부정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을 부정한다.
값싼 은혜는 죄인을 의롭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죄를 의롭다고 하는 것이다.
은혜가 홀로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해줄 테니 모든 것이 케케묵은 상태로 있어도 된다는 것이다.

(중략)값싼 은혜는 우리가 스스로 취한 은혜에 불과하다.
싸구려 은혜는 그리스도를 본받음이 없는 은혜, 십자가 없는 은혜,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 곧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무시하는 은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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