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정호승의 1997년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에 수록.) 


  많은 우여곡절끝에 끝내는 헤어지게된 연인들의 이야기처럼 읽히는 정호승의 연시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 고난이,  고난이 끝나는 곳에 길이, 길이 끝나는 곳에 고난이 있고 다시 고난이 끝나는 곳에서 울고 있는 너.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는 고백은 현실적인 벽에 가로 막힌 젊음이 자신의 무능을 탓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많은 젊음들의 아픈 마음과 이시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에 가슴에 먹먹한 울림을 주고 있다. 절절히 공감되는 시다.

  경제적인 문제로 집안의 반대가 이어지고 , 헤쳐나가려고 하지만 많은 고난이 기다리고 있고, 그런 것들에 지쳐버린 여자. 그런 여자를 사랑하지만 능력이 없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남자. 나처럼 능력 없는 남자라, 이런 내가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뭐 이런 스토리가 떠오른다. 간단하고 쉬우면서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정호승의 

 “일상의 쉬운 언어로 현실의 이야기를 시로 쓰고자 한다.는 평소의 소신처럼 쉬운 말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그려내곤 한다. 이에 1976년에는 김명인 · 김승희 · 김창완 등과 함께 반시(反詩)를 결성해 쉬운 시를 쓰려 노력하기도 했다.

나는 한번도 그 시대에 앞장서 본 적이 없었다. 어떤 평론가는 당신은 이쪽도 저쪽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분법이 극단적으로 횡횡하던 시절에 나는 시인이 행동하는 것은 시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서정적인 시적 장치는 고운 눈으로 봐주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서정이 빠져 버렸다면 지금까지 누가 내 시를 읽겠는가.

한편 정호승의 몇몇 시는 양희은이나 안치환  가수들에 의해 노래로 창작되어 음반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시편 〈부치지 않은 편지〉(백창우 작곡)는 가수 김광석의 유작앨범에 수록되었다.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


〈이별노래〉는 최종혁 작곡으로 이동원이 불러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 아직 늦지 않으리.… …”


개인적 서정을 쉽고 간명한 시어와 인상적인 이미지에 담아냈다는 평으로, 소월 미당을 거쳐 90년대 이후 가장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받은 시인으로 꼽혔다. 민중들의 삶에 대한 깊고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표출해 왔으며 관찰의 성실함과 성찰의 진지함으로 민중들의 애환과 시대의 문제를 시 속에 형상화 하였다.


http://ko.wikipedia.org/ 에서 갈무리함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