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구약성서의 출애굽기를 바탕으로 만든 종교적 대서사극이자 <글래디에이터>, <프로메테우스> 등의 대작으로 전세계 영화 팬들을 열광시킨 리들리 스콧 감독의 스펙터클한 시대극으로, 400년간 억압받던 노예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모세’를 소재로 하여 구약성서에서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출애굽을 소개하는 영화입니다.


엑소더스" 소감 =김기현 교수=

좋았던 점
1. 모세의 정체성 혼란: 성서는 모세가 어머니와 누이의 손에서 길러졌기에 어려서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이해가 있었고, 그래서 동족을 위한 테러와 살상도 감행한 것으로 그린다. 반면 이 영화는 성인이 된 다음에 자신이 히브리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방황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2. 모세가 절대적 신의 맹목적 대리인이 아니라는 것. 나중에 십계명을 돌판에 새기면서 신의 현현으로 등장한 소년과 대화에서 나오듯이 저항하고, 반대하고 그러면서도 깊은 교제를 나눈다. 나중에 보겠지만 이 점이 람세스와 차이이기도 하다.

3. 모세는 애굽의 사람들이 받는 고통에 대한 연민어린 모습을 보인다.

차이점
4. 물론 이 점에서 람세스와 차이를 보인다. 람세스는 오로지 자신의 아들의 안녕만 걱정한다. 반면 모세는 애굽인으로 자랐기에 그들과 예전의 조국인 애굽이 멸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히브리인과 애굽인 사이에서 고뇌한다.

5. 두 사람의 차이점 하나 더. 위의 것과 비슷한데, 모세는 고민하지만 람세스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는다. 파라오는 인간이 아니라 신으로 숭배받는 처지라서 그랬겠지만, 모세는 방황한다.

6. 또 하나의 다른 점은 모세는 누군가 대화를 하고 상의를 한다. 하나님과도 그리고 자기 자신과도, 그리고 동족들과도. 그러나 람세스는 그 누구와도 의논하거나 경청하지 않는다. 히브리 노예를 착취는 도둑같은 총독의 말은 깊이 귀담아 듣는다.

아쉬운 점
6. 갈등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파라오 주변에 그러니까 제국의 체제 내부의 온건파가 있어서 어느 정도 파라오와의 긴장이 있어야 하는데, 오로지 람세스 혼자만 보인다.
이것은 모세도 마찬가지다. 홍해를 건널 때에, 그리고 홍해를 건넌 후에 눈의

아들 여호수와와의 대화에서 앞으로의 험난한 내부 투쟁을 암시하지만, 이 영화 자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밋밋하다.

7. 애굽의 열가지 재앙은 제국에 대한 심판이다. 무려 400년 동안, 약자이자 소수자인 히브리인들을 무한 착취하는 비인간적 체제에 대한 종말이다. 그러니까 출애굽기는 한편으로 제국의 종언, 곧 제국은 어떻게 스스로 자멸하는가를, 다른 한편으로 제국의 바깥에서 제국의 실존과 삶의 양식과는 전혀 다른 사회를 형성하는 이야기이다.
그런 점에서 감독이 지나치게 모세스 vs. 람세스의 대결구도로만 끌고 간다.
연초에 시끌했던 <노아>에 비해 철학적이고 진지한 고민이 잘 안 보인다.

8. 내년 연초의 <매일성경>의 본문이 출애굽기이다. 수년 전에 출애굽기와 민수기, 신명기를 읽으며 모세가 너무 불쌍해서 울었던 적이 있다. 그의 삶이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서러워서 울었다. 그때는 내 이야기인 듯 싶어 감동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내가 얼마나 모세왁 같지 않은지, 모세와 얼마나 먼지를 보면서 힘들다.

가장 기억나는 대사는 이것이다. 출렁이는 파도 너머 끝없이 펼쳐진 홍해 앞에서 모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생각한 내가 아니었습니다."(기억에 의지해서 정확하지 않다.)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제너럴(장군)도 아니고 민족 해방자나 구원자도 아니라는 것, 신 앞에서 너무나 무기력하고 무력한 보잘것없는 존재로 자기 자신을 낮출 때에, 그리고 자신이 그간 의지했던 '검'을 내버렸을 때에 홍해가 갈라지기 시작한다.
나는 그렇게 괜찮은 사람도 아니고,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로 아는데 몸은 알지 못한다.

9. 영화를 마치고 나오면서 모세의 엎드림이 생각났다. 모세는 위기에 처하면 엎드렸는데, 나는 고개를 쳐들고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지른다. 모세처럼 되고 싶은데, 모세처럼 낮아지고 싶지 않은 나. 아직까지 아니 언제까지 광야에 머물러 있을 참인지. 애굽으로 돌아가야하고, 가난안으로 가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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